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이제 23살이 되었고, 그건 내 입장에선 어디가서 어리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나이였다.
나는 내가 앞에 '2' 자를 단 나이가 될 줄 몰랐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은 빨랐고, 그래서 나는 나의 허황된 상상을 좀 더 일찍 깨뜨리게 되었다.
20살이 되면 아무 걱정도 없을 줄 알았다. 대학생활이라는 건 '언제나 쾌활한', 그러니까 정말로 논스톱 같은 느낌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매일 웃고 매일 놀고 매일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면 매일 즐거운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그런 어이 없는 생각들. 정말로 철이 없었다.
내년에는 4학년이었다. 그런데 고스란히 1년에 800씩 2400만원을 바친 대학에서, 나는 이게 내 길이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무서웠다.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 복수전공마저도 아니었다.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생각은 엉켰다. 수능에서 미끄러져서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 대강 골라본 학과? 너무 안이했던 내 생활?
멈춘다는 것은 무서웠다. 나는 23살이 되었고, 이제 4학년이 되고, 학점은 엉망이었지만 전공 두 개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려야할지 생각했다. 우리 집은 아주 평범한 중산층이었고 우리 부모님은 드라마에 나오는 부모님같이 모범적이셨다. 아빠는 나에게 학자금 빚이 생기는 게 싫어서 고스란히 등록금을 내주셨는데, 나는 그 사실이 뭔가 끔찍했다. 내가 도박을 해서 2400만원을 날려버린 기분 같은 거?
나는 부모님을 아주 많이 사랑했지만 사실 좋은 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딸은 아니었다. 그게 참 미안했다.
3학년 2학기 내내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나한텐 '높은 삶의 질' 이 중요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기업, 공무원 같은 직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어도 좋았다. 규율이 엄격한 회사 생활, 사무실에만 앉아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몰랐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버릇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4학년 1학기에 학교를 자퇴하는 얘기를 들으면, 예전엔 미친 거 아니냐 반문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부러웠다.
한숨을 쉬는 것처럼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나의 뭘 믿고 그러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내가 과연, 부모님께 받은 것을 고스란히 갚는 날이 오기나 할까?
나는 23살이 되서야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남은 것은 오직 선택뿐이었다. 잘못 될 수도, 잘 될 수도 있는 선택들.
내일 모레면 진짜로 23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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